북에세이
최소한의 근대성을 위해
중심에서 밀려나는 것. 그게 제일 무서웠다. 고등학교 때 그나마 공부한 이유는 서울에 가기 위함이었다. 부산 외곽에 살았던 소년에게 서울은 대한민국의 한중간 같았다. 그렇게 서투른 기대를 안고 서울에 갔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변방이었다. 구글 지도를 끝없이 확대하듯, 중심이라는 관념은 가까이 갈수록 축소할 따름이었다. 조급했다. 변방에서 중앙으로 가까이 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고3 때 겪어보지 않았던가. 지금처럼 풀어져 서는 안 된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땐 이미 지쳐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자리에 어느 정도 만족했던 것 같다. 나는 그게 -영악하게도- 소박한 심성이라고 생각했다. 작년에 작은 좌절을 맛봐야 했을 때, 나는 쉬이 일어날 수 없었다. 내 존재가 흔들리는 듯했다. '중심'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