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은 변방의 이야기다. 요양원이라는 물리적으로는 우리와 가깝지만 심리적으로는 브라질보다도 먼 그곳의 이야기. 영경과 수환은 배신당한 이들이다. 수환은 거래처 사장과 아내에게 배신당했다. 영경은 전남편과 전시부모, 그리고 두 언니에게 배신당했다. 영경은 그 후유증으로 술을 마시다 결국 자신에게도 배신당했다. 의사도 거기에 거들었다. 그는 몸의 반응은 알코올이 가져다주는 거짓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몸의 떨림은 물론, 자신의 감정까지 믿지 못하게 되었다. 모든 것이 환상이라고 치부해야 했다. 아니, 어쩌면 그녀 자신이 모든것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일수도 있겠다.
"산다는 게 참 끔찍하다. 그렇지 않니?" 작가가 표현해낸 요양원에서의 삶은 끔찍하다. 수많은 갈등과 반목, 욕망에 대한 패배 그리고 가난까지. 그곳은 변방이고 변방이기에 황량하다. 인간적인 어떤것도 주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독자는 영경과 수환을 바라보며 감동을 느낀다. 그것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꽃피우는 애정의 애틋함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입체적인 것이다. 끔찍하기에 그곳의 행동들은 알알히 빛난다. 그 파멸의 불꽃은 수환의 죽음과 그에 말미암은 영경의 정신이 산산히 부서짐으로서 끝맺는다. 산다는 것은 끔찍하면서도 아름다운 것. 그래, 우리네 삶은 봄밤과 같다. 봄밤은 분명 어둡지만 또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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