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 라이너 (2017)
Essay/Movie Essay

플랫 라이너 (2017)

<플랫라이너>, 2017

죽음보다 더한 공포

공포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죽음 이후에 오는 허무에 대한 거부 또는 두려움일까? <플랫 라이너>는 조금 생각이 다른 것 같다. 영화는 죽음을 아주 가까이 둔다. 의대생인 앨렌 페이지는 영화 초장부터 죽고(=임사체험) 싶어하는데, 그 이유는 -나중에 밝혀지지만- 죽음을 통해 죽어버린 동생과 만나기 위해서였다. 영화 초반, 죽음은 날아가버린 인연을 잡을 수 있는 동아줄이었다.

 

영화 초반, 죽음은 날아가버린 인연을 잡을 수 있는 동아줄이었다.

 

앨렌 페이지는 동생을 만났을 뿐만 아니라 다른 능력도 얻게 됐다. 죽음으로 인해 뇌가 활발히 활동해 자신이 가진 기억을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0년 전에나 연주했던 피아노를 수준급으로 칠 수 있게 되었고, 한번 봤던 투약설명서는 한글자 한글자 생각이 났다. 다른 동료들은 그의 이런 능력이 탐났다. 일년에 한명씩 죽어갈 정도로 치열한 의대생 간 경쟁 속에서 엘렌 페이지의 능력은 빛을 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 둘 임사체험을 한다. 모두들 똑똑해졌다. 하지만 이내 임사체험의 어두운 이면이 밝혀지기 시작한다. 앞에서도 말한 '생생한 기억'때문이다. 임사체험을 한 이들은 자신이 저지른 과오를 아주 생생하게 체험하게 된다. 모든 기억에 접근이 가능해진 뇌는 그들에게 최대한의 공포를 조성한다.

 

영화 중반부터 등장하는 호러씬은 아주 클리셰적이다. 어디서 한번쯤은 봤을 법한 장면들이 나열된다.

신선했지만 이내 썩어버렸다

<플랫 라이너>의 초반 기제는 신선했다. 죽음과 사후세계라는 진부할 수 있는 공포영화의 주제를 임사체험으로 다뤘다. 영화의 주역들도 엘렌 페이지와 디에고 루나 등 얼굴이 익숙한 배우를 기용해 거부감도 덜하다. 임사체험의 부작용으로 인한 환상을 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도 보인다.

 

하지만 단점이 명확한 영화다. 먼저 전개가 지루하다. 관객들은 영화 초반만 봐도 주연들이 임사체험을 할 것임을 직감한다. 예상은 어렵지 않고 실제로 영화 내용도 그렇다. 그렇다면 빨리 진행할 수 있었을 텐데, 임사체험이라는 겹치는 장면이 너무 많은 플레이타임을 차지하고 있다. 임사체험으로 인해 죽어버리는 건 아닌지 하는 관객의 불안은 크지 않다. 아마 한명이라도 거기서 죽어버렸다면 더욱 실망을 초래했을 뿐이었다. 또한 영화 중반부터 등장하는 호러씬은 아주 클리셰적이다. 어디서 한번쯤은 봤을 법한 장면들이 나열된다. 상상에서 비롯된 장면이었던 만큼 기존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게 자연스러울 수는 있지만, 그렇다면 공포영화를 장르로 잡아서는 안됐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결말. 어떻게 끝낼 생각이지? 하는 마음이 중반부터 들었다. 감독은 갑작스러운 해피엔딩을 들고 나온다.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겠다. 공포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고, 그렇기에 자신에게 어떤 부끄러움이 없다면 공포는 나올 여지가 없다는 것. 그러니까 착하게 살자는 것. 갑작스런 도덕수업이다. 전형적인 용두사미형 영화였다.